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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선거는 왜 우리의 목소리를 담지 못하는가! [문화정책리뷰]

“꼰대 말고 좋은 어른을 만나고 싶다”
김남현_ 공연예술기반 독립기획자
2023년 이후 ‘청년’이 사라진 자리에 ‘예비예술인’이라는 단어가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 단어가 조금 미식거리는 이유는, 자신의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예술인들을 마치 예술인이 아니라는 듯한 ‘예비’라는 접두어 때문일 것이다. 아무도 불리기를 원하지 않았던 그 단어는 마치 다음 단계가 있는 것처럼, 어엿한 예술인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그리고 무언가를 꽃피우기 위해서는 예술대학에서 훈련을 받아야 하는 것이 필수처럼 느끼게 한다.
“온갖 제한과 칸막이를 없애라- 10년 동안 문화예술지원정책 뭐가 달라졌지?”
김인혜_ 독립출판물서점 더폴락 대표
예술분야와 지원범주, 예산의 칸막이를 없애라
공간은 늘었지만
,
쓸 수 있는 공간은 없다
“전문가가 미술관을 경영하게 법제화를!”
백기영_ 모두미술공간 운영부장
우리나라 국공립미술관은 83개, 새로 준비되는 지자체 미술관을 합치면 100여 개가 넘기는 것은 시간 문제다. 덩달아 미술관 관람객 수도 늘어나고(2024년 국립현대미술관 관람객 수 202만명) 미술시장도 7천 억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미술관 운영의 내부를 들여다 보면 비참하기 짝이 없는데, 공무원이 미술관장을 하고 있는 경우도 많고 지자체 단체장과의 친분으로 온 비전문가 관장이 수두룩하다. 이런 관장들은 미술관의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전문 학예직들의 연구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며 단체장 입맛에 맞는 행사성 전시나 아마추어적인 지역 작가들에게 미술관이 점령되는 사태에 속수무책이다.
“나는 연극을 계속하고 싶은데”
양철우_ 극단 함께사는세상 연수단원
나는 발달장애인입니다. 지난 해부터 극단 함께사는세상 연수단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연극을 처음 시작한 건 장애인지역공동체 연극반 레인보우입니다. 배우와 조연출로 활동했습니다. 연극을 재미있게 하고 싶어서, 배우가 되고 싶어서 극단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주민·난민과 함께 유동하는 시민사회로”
윤희상_ 공공운수노조 대학원생노조 조합원
윤석열 파면은 내란 종식을 향한 첫걸음일 뿐이다. 사회대개혁을 통한 체제 전환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적대를 명확하게 인지하여야 한다. 후기식민지적 지정학 속에서 압축적 근대화를 경험한 “한국인”들은 실천적 차원에서 아직 일국사적이고 단일민족적인 제한선으로부터 형성된 허구의 자기인식 담론을 완전히 상대화하지 못했다. 허울뿐인 “초국적 연대”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작동되는 인종주의의 실태를 직시하고 이주민과 난민을 둘러싼 빈약하고도 폭력적인 사회문화적 인식을 뒤바꾸기 위한 매개와 장치가 필요하다.
“문재인도, 윤석열도, 이재명도 다를 바 없는 그것, 전쟁장사”
이용석_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얼마 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분향소를 찾은 이재명 후보는 “인간의 고통에 중립은 없다”는 교황의 말씀이 각별하게 와 닿았다며 “그 말씀을 따라 인간의 고통이 최소화된, 모두가 함께 사는 그런 세상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기자들에게 이야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이 울림이 큰 까닭은 그 말이 종교지도자들의 으레 하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고통, 전쟁 피해자와 희생자의 고통 등 우리가 사는 세상의 구체적인 고통을 직시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황은 여러 차례 전쟁과 군수산업에 대한 진지한 비판을 했었다.
“규탄받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거대 군수산업이다. 부유한 국가가 약해지기 시작하면, 이를 버텨내고 더 강해지기 위해 전쟁이 필요하다는 말을 한다. 무기는 오로지 이에 대비하는 수단인 것”"군수산업은 파괴의 산업이며, 전쟁의 산업이고, 전쟁 중인 세상의 산업이다. 약 한 세기 만에 우리는 제1차, 제2차 세계 대전과 더불어 부유한 국가들이 자기 무기를 최신화하는 세계 전쟁이기도 한 오늘날 전쟁까지 세 개의 세계 대전을 겪고 있다”-벨기에 가톨릭교회 공식 매체 < Cathobel >에 실린 인터뷰(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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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약자들의 선택”
이은진/문화기획자, 자바르떼 협동조합 이사장
투표권이 생긴 87년부터 나는 선거날 거의 꼬박꼬박 투표를 했다. 대체로 내가 찍은 후보는 당선되지 않았고, 특히 대통령 선거에서 한 번도 내가 찍은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다. 어떤 때는 진보 후보 공약을 보며, 겨우 이 정도라니... 했던 적도 있지만, 그래도 늘 투표장에 나가 나의 한표를 행사했다. 왜? 말 잘듣는, 법 잘지키는 착한 국민이라서?
“광장의 목소리가 횡령당하지 않기 위하여”
이채원(홀연)_활동가, 기획자, 예술가
광장을 채웠던 무지개빛 깃발이 어디를 향해야 할까. 우리는 내란국면의 시작부터 걱정했다. 민주주의를 지켰던 촛불이 개혁으로 향하기보다 다음 정권 창출의 마중물로 쓰였던, 8년 전을 줄곧 떠올렸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 광장을 채웠던 무지개빛 연대가 쓰고 버려지지 않기 위해 어떤 것을 질문할 수 있나.
첫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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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정책
둘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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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보다 희망을 제안할 수 있는 정책
셋째
,
시민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책임있는 정책
“우리에게 필요한 건 대통령이 아니라 빼앗긴 삶, 망할거면 차라리 확 망해야 한다”
장지혁_ 대구경북영화영상협동조합 감사
대통령 후보들 중에 누가 된들 큰 변화가 있을까 싶다. 물론 정치적인 대결의 양상과 행정부의 개편은 이루어질 수 있을 수 있지만, 우리 사회의 근본적 모습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공공성과 사회성이 녹아내리고 있고, 서울 중심의 좋은 아파트에 살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금융자산과 부동산 투자를 통한 노동에서의 일탈, 또는 그러한 삶의 기반을 만들 수 있는 상위중산층 전문직에 대한 강한 열망이 지배하는 곳 그곳이 바로 대한민국 아닌가?
“문화는 산업의 규모가 아니라, 세상과 마주하는 창작의 자유다”
정용택_ 도시문제에 대한 다큐를 만들고 글을 쓰는 사람
언젠가부터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잘 찾아보지 않게 되었다. 계기는 10여 년 전, 어느 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된 저예산 상업영화를 본 뒤부터였다. 신선한 소재와 재치 있는 구성 덕분에 볼 만한 작품이었지만, 5분마다 터져 나오는 개연성 없는 장면들이 끝내 집중을 방해했다. 당시엔 90년대 한국 영화를 빛냈던 감독들에게 자본을 쥔 대기업의 직원들이 과한 간섭을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몇 분마다 자극적인 장면이 들어가야 한다"는 말도 들려왔다.” CJ 등 대기업의 수직계열화가 굳어진 시점이었다. 독립영화도 관객 수로 평가받기 시작했고, 다큐멘터리조차 산업이라는 틀 안에서만 이야기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삶을 바꾸는 거라고 이 바보야!”
하장호_ 문화연대 정책위원장
내란사태와 탄핵으로 이어진 끝에 이뤄지는 대선. 뜨겁게 달궈졌던 광장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만의 목소리로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서 민주주의의 희망을 끌어올리는 성취를 보여줬지만 정작 내란 사태의 수습국면에서 열린 대통령 선거 정국에선 이런 목소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여성의 목소리, 성소수자의 목소리, 예술가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를 두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형국이다.
“매달 독후감과 감상문을 공개하라!”
허영균_공연예술출판사 1도씨와온도들 대표
정책은 구조이지만, 향유는 감각이고 삶입니다. 더 많은 국민이 문화예술을 누리게 하려면, 정책을 짜기 전에 먼저, 정책을 짜는 이가 스스로 문화예술을 향유해야 합니다. 건강해지고 싶은 이에게 운동하라 하고,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이에게 밖으로 나가보라 말하듯,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