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JinJinJIn Project 2025, Participant)
관객-되기-연습
기획자 김남현
참여자 김남현, 김시연, 김예빈, 김태형, 김해미, 김현빈, 박나현, 박세은, 박지성, 이지현, 전승희, 한송희
사실 대부분의 창작자가 관객을 고려하는 방식은 ‘이럴 것이다’의 넘겨짚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우리는 대부분 시간을 우리의 작업 창작에 몰두한 나머지 관객을 인식하는 태도는 작품을 감각하고, 경험하고, 참여하는 존재가 아닌, 돈을 내고 작품을 보러오는 ‘소비자’로 바라보게 되는 신자유주의적 구조를 작동시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랑시에르의 『해방된 관객』의 ‘작품은 보기와 행위 사이의 대립이 의문에 부쳐지는 순간 시작된다’라는 주장 또한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제가 되었고, 이런 유토피아적인 명제 속에 우리는 관객 개개인의 특수성과 관객 개개인이 어떻게 예술을 경험하는지를 놓쳐오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오해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객들이 오는 상업적인 예술이 아닌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순수예술을 하는 것이 관객 존재를, 관객 정체성을 경시해도 되는 것이라고. 관객에 대해 아는 것과, 내 작업이 자본 논리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렇게 우리의 작업은 지인들과 이 좁은 예술계 내의 사람들이 보는 작업이 되어 자조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고, 우리는 사정 다 아는 사람들 앞에서 우리의 예술 작업을 선보이며 “재밌나요?” “후기 남겨주세요.”와 같은 말들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향유자, 작품을 함께 만들어 가는 사람, 작품을 완성해 주는 사람, 3요소로서의 관객.’
이런 와닿지 않는 말 다 제쳐두고, 우리가 실제 감각할 수 있는 관객 콜렉티브가 되어 보고자 합니다. 관객 정체성과 관객 문화에 대해 리서치하고 이야기 나누고, 함께 전시와 공연을 보러 다니고, 그리고 ‘관객으로서’ 우리가 작품 바깥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바탕으로 새로운 관객이 되어가는 Co-Lab입니다.
‘관객-되기-연습’과 우리의 관객 콜렉티브가 지속되고 계속 실험될 수 있는 ‘관객에 관한’ 플랫폼으로 존재하길 희망합니다.
우리는 예술가로서의 시간만큼, 관객으로서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기에.
관-사이의-세계
참여자 고장난 네비게이션 클럽(박나현, 이지현, 박지성, 김남현)
작업 내용
〈관-사이의-세계〉는 골목 속 파이프 구조에서 출발해, 사라진 흔적과 감각의 흐름을 추적하는 프로젝트이다.
파이프를 기억과 감정, 연결과 누수의 통로로 상상하며, 그 안에 남은 시간과 이야기를 시각적·청각적 실험으로 감지하고 기록한다. 드러나지 않았던 흐름들을 새롭게 떠올리며, 골목에 축적된 감각의 생태계를 설치와 조형으로 펼쳐낸다.
꺼내 놓은 질문들
• 비어 보이는 자리에도 존재하는 단단한 축적에 대하여
• “아직도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 것”에 대한 탐색
• 기록되지 않은 것은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와 흐름들을, 새로운 단면들로 감각 가능한 방식으로 정리해보기
• 이 파이프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연결되어 있을까?
• 골목의 끝은 어디일까? 골목은 어디까지가 골목일까?
• 우리는 무엇을 흐르게 할 수 있을까?
작업의 과정 그리고 발견한 것
〈관-사이의-세계〉는 골목이라는 공간에 있는, 그러나 쉽게 발견되지 않는 존재들을 떠올리며 사라진 시간, 기록되지 않은 흔적들을 찾기 위한 걷기, 관찰, 상상의 리서치로부터 출발한다. ‘고장난 네비게이션 클럽’은 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 파이프라는 물질–-골목처럼 속이 비어있고, 흐름을 품고 있으며,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구조—에서 골목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존재들의 소멸과 발생을 동시에 감각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파이프 내부를 상상해 콜라주하거나, 사진을 해체해 다시 엮어보기도 했다. 투명한 관을 흐르는 액체, 파이프 표면에 남은 흔적, 음향을 채집한 소리 조각들 아카이브와 같은 다양한 실험들을 통해 ‘파이프 생태계’라 부를 수 있을 법한 상상의 지형을 조금씩 그려나갔다.
본 프로젝트는 어떤 해석이나 결론에 도착하기보다, 오히려 아직 설명되지 않은 것들과 함께 머무르고자 한다. 파이프는 도시를 가로지르는 수많은 선들 중 하나일 뿐이지만, 그 빈 공간 속에 무수히 많은 기억과 감정, 연결과 흐름들이 지나간 자리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 서로 느슨하게 연결된 세계의 감각—우리는 그것을 예술적 언어로 다시 구성하고, 전시라는 형태로 열어보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