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진 Creative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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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김남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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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박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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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터그 박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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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박준하(시즈), 김소현, 유예린, 시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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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자유참가작
시놉시스 Synopsis
도쿄도 신주쿠구 가부키초. 아시아 최대의 환락가.
'이치로'는 이곳에서 밤이사 업체를 운영한다.
의뢰인이 새로운 신원,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증발 이후의 삶까지 책임지려 고군분투한다.
한편 ‘메구미’는 이곳 뒷골목에서 새벽까지 식당을 운영한다.
이치로가 보낸 증발자들을 맞이하며 그들의 정착을 돕는다.
그리고 매일 향을 피우며 누군가를 기다린다.
'린'은 십삼 년간 증발한 상태로, 메구미의 식당에서 일한다.
'켄'은 이십 년째 증발하여 청소노동자로 살아간다.
한편, '마야'는 증발 이후의 삶도 이전의 삶도 놓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화려한 환락가 거리로 의문의 ‘소년’,
선물을 든 ‘시즈오’, 녹음기를 든 ‘시오리’가 찾아온다.
이곳에 있는 누군가를 만나러.
작품 소개 Introduction
“환각이란 실재하지 않을 대상을 지각하는 체험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사라진다.”
증발(じょうはつ) 이란 ‘사람이나 물건이 갑자기 사라져 행방을 알지 못하게 됨’을 뜻한다. 경제 붕괴와 기업 문화의 악습이라는 두 가지 사회 현상과 일본인 특유의 부채 정서의 복합적인 이유로 발생한다.
일본에서는 집계상 매년 10만 명 이상이 사라진다. 증발이 서서히 사회적 문제로 대두 중인 한국에서는 2021년 기준 6만7천612건이 신고, 931명이 미발견되었다.
본 연극의 중심 소재인 ‘인간증발’은 경제붕괴와 관련된 사회적 문제로부터 벗어나고자, 살기 위해 자살 대신 집단 속에서 기존의 자신을 죽이는 행위이다. 새로운 곳에서 다시 태어나는 일과 같다. 가벼이 말하면 스스로 새로운 게임 캐릭터를 설정해, 새로운 라운드를 살아가는 것과 같다. 비용을지불하면 업체는 집을 비롯해 해당 신원으로 살았던 모든 흔적을 지워준다. 조회되지 않는 사람으로 숨겨주거나, 다른 이름,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재탄생시킨다. 모두 고객의 요구에 달렸다.
그들이 욕망하는 세계는 무엇일까? 어쩌면 그 세계 역시 지금 여기의 차원을 모방한 세계일 것이다. 저서 『인간증발』에서 한 증발자는 ‘인간이기때문에 사라진다’라고 증발의 동기를 설명했다. 그들은 무엇으로부터 사라져 어디로 가며, 무엇이 되거나 되지 않는 것일까. 본 <어느 날 문을 열고>의 인물들은 각자의 짐(과거 또는 꿈꾸는 자기 자신)을 버리지 못하며, 짐을 통해 자신에 대해 거듭 생각한다. 그들의 정신은 거기에 속해 있으나 반대로 몸은 일상적 공간 및 대화에 묶여있다. 현실과 환상, 신체와 정신, 부재와 실존을 대치시키며 증발이라는 과정에서의 혼란, 갈등, 욕망을보여주고자 한다. 동시대를 배경으로 가상화되는 인간이 갖는 정체성을 조명하고자 한다. ‘지금 여기의 나는 누구이며, 누구여야 하는가, 누구일 수있는가’라는 질문을 환기하고자 한다.


